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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과 부, 그리고 붕괴

물리학에서는 관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관성에 대해 백과사전에서는 "물체에 작용하는 힘의 총합(알짜힘)이 0일때, 운동의 상태를 유지하려는 경향" 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마음속에도 이런 관성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XX해 왔으니까 앞으로도 XX 할거야"와 같은거죠.

생각해보면 XRP가 몇백원 했으니 앞으로도 몇백원짜리일거야와 비슷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_-; 전 관성보단 저건 진짜 리스키해보여서 안들어간거라... 뭐 할말은 없긴 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팽창하는 버블을 보고 '앞으로 더 잘 나갈거야' 라고 생각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 됩니다. 반대로, 버블이 터져서 금융 붕괴가 일어났을 때, '이젠 다 망했어, 앞으로 안좋은 일 뿐일거야. 다 망했다고'라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한 일입니다.


메디브의 경고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죠. 인간의 관성 때문에요.

그것은 바로 인간의 사고구조가 관성에 의해 지배받는 1차함수적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점진적 변화에는 매우 익숙하지만 지수함수적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인류가 겪었던 모든 변혁이나 변화는 점진적으로 일어났던 것 처럼 보였기 때문이지요. 사람의 생애주기에 비해 변혁이 일어나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었기 때문에 그렇게 보인 것일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버블이 발생했을 때와 버블이 폭발했을 때, 위기와 기회를 사람들은 직시하기 힘들어합니다. 이런 경제적 변혁이 발생했을 때, 사람들은 대부분 퀴블러-로스Kübler-Ross 5단계를 따르지요.


하과장님이 캐머런을 갈구면서 언급하셨던 퀴블러-로스 모델입니다

버블이 발생하고 이것을 인지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보이는 반응은 부정(Denial)입니다. 열심히 일해온 모든 것이 붕괴할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을 믿으려 하지 않고, 그 부를 지키기 위한 골든 타임을 놓치게 됩니다. 더 나아가 우리 앞에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올 때에도 그 기회를 보지 못하고, 잡지 못하게 됩니다.

그 다음 다가오는 것이 분노(Anger)입니다. 갈 곳 없는 분노는 반드시 희생양을 찾습니다. 그 희생양은 경제부총리가 되기도 하고, 대통령이 되기도 하고, 혹은 '무분별한 해외여행'이나 '너무 일찍 딴 샴페인'과 같은 실체없는 메시지가 죄를 뒤집어쓰기도 합니다.

그리고 타협(Bargaining)하려 합니다. 정리해고를 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퇴직금을 조율해 새로 가게를 차리려 한다거나, 혹은 이 상황 속에서 무언가 자신이 얻을 것이 없는지 찾아보려 합니다. 대부분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지만요.

뒤이어 강한 우울(Depression)이 찾아오게 됩니다. IMF를 비롯한 수많은 경제적 겨울 이후 국민들은 강렬한 우울증에 사로잡혔습니다. TV 프로그램을 비롯하여 많은 언론과 매스 미디어는 그 우울증을 증폭시키기도 하고, 그 우울증에 의해 공격당하기도 합니다. '국민적 위기를 겪고 있는데 가요 프로그램이 웬말이냐'를 좋은 예로 들 수 있겠네요.

그런 긴 고통을 겪은 뒤에야 비로소 경제 위기를 수용(Acceptance)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시기는 대부분 기회라는 모든 버스가 떠나버린 후죠. 너무 늦어버렸을 때입니다. D.O.A.Dead On Arrival에요. 그런 현상이 모두 지난 후에야 우리는 그 시대를 지나온 인간을 어리석다고 칭하겠지만, 기실 그 시대를 살아가면서 그런 변화에 발빠르게, 적합하게 대응하는 것은 앞서 언급한 바 대로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저는 전인권씨를 좋아합니다

이유는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바로 과도한 낙관주의입니다. 낙관주의는 부정적인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게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1983-2007년 사이의 호황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얼마나 높이, 얼마나 오래 갈지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그 호황이 언제 사라질 것인가 하는 질문에는 모두 답을 피했습니다. 마치 내일은 해가 뜨는 것 처럼 우리 생활도 더 나아질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죠. 아니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객관성과 신뢰성이라는 포장을 입히는 것이 있습니다. 현대 경제 예측 모델의 금과옥조인 선형 회귀분석Linear Regression Analysis입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기 직전까지도 미국의 모든 뉴스 채널에서는 '부동산 시장은 특별하고, 토지 공급이 제한적이며, 인구 증가율이 탄탄하기에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그리고 어떤 일이 일어났던가요? 이제 두 번째 명제로 돌아와봅시다.

Theorem 2.

버블은 인간의 본성이다. 그래서 우리는 버블을 보지도, 피하지도 못한다.

역사는 항상 이렇게 진행되어 왔습니다. 단지 이번엔 막대한 양적 완화를 통해 이자율과 대출이 완화되면서 경기 회복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 뿐이지만요.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했던것처럼 바이코딘이라는 강한 진통제를 입에 들이붓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는 꿈꿉니다. 돈을 잘 모아서, 은퇴해서, 편안한 여생을 즐기는 것을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갈구하는 목표이자, 저도 그런 목표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시기를 우리는 맞이할 수 있을까요? 로또같은 적립식 - 그나마 많이 제한되긴 했지만 - 당첨금은 왜 계속 오를까요, 적립한도가 없는 슈퍼볼같은 경우는 당첨금이 이미 산으로 가버렸네요. 확률이 아무리 낮아도, 될 가능성이 없어도, 그들은 그것을 노립니다.

왜냐고요? 정상적인 경제 생활만으로는 자신들의 꿈을 더 이상 이룰 수 없는 것을 직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확천금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노리는겁니다. 사람들은 비현실적이기 때문에, 무책임하게 행동하게 됩니다. 미래라는 두려움에 맞서기 위해, 비현실적으로 낙관적인 가정을 하는 순간, 그들의 행동에는 이성이 사라지게 됩니다.

우리가 걱정해야 하고, 무서워 해야 하며, 피해야 하는 투기는 바로 이것입니다. 니체가 그의 저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Menschliches, Allzumenschliches>에서 말한 것 처럼, 모든 가치관에는 속물적인 타산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런 버블과 그 붕괴조차 인간이 만든 비이성적인 가정과, 자신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서 기인합니다.

아시아경제에서는 살림이 팍팍한 이유로 물가는 뛰는데 임금은 제자리인 것을 원인으로 들었습니다. 틀렸습니다. 정부와, 기업가와, 어쩌면 우리 모두에 이르기까지 올바르게 경제를, 아니 버블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희망으로 가득차서 정부는 빚을 만들어내고, 기업은 차입을 통해 경영하며, 그리고 국민들로 하여금 대출을 통해 교육을 받고 집을 사면 생활이 편해질 것이라는 근거없는 희망을 주입시킵니다.

우리 부모님은, 그들 스스로가 겪은 고통을 대물림 하지 않기 위해 교육과 직업이라는 두 기둥을 우리에게 강요했습니다. 우리도 그렇고, 우리 자녀들도 그럴 것입니다. 고통을 겪지 않고, 보다 나은 삶, 편안한 삶을 살기 위한 욕구는 우리 속에 깊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버블은 무서울 정도로 인간적이며, 인간이 경제활동을 하는 한 나타날 수 밖에 없습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경제도, 언젠가는 파괴될 수 있습니다. 아니, 단순히 암호화폐 뿐 아니라 미국 달러USD를 중심으로 한 경제 시스템 자체가 파괴될 수 있습니다. 지금 일본의 펀더멘탈이 약해지고 엔화가 BTC로 흘러드는 현상이, 저는 그 전조라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저는 버블 이전의 호황이 기회인 것 처럼, 버블 이후의 불황도 기회라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그것을 명확하게 직시하여 사실을 부정하지 않고, 타인에게 분노를 전가하는 것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길을 만들어 가야 하며, 스스로가 만들어낸 공포에 빠져 그 현실과 타협하려 하지 않아야 하고, 나아가 마음을 다잡고 빠르게 자신만의 경제적 자유를 찾아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있으며, 그렇게 해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글을 쓰는 와중에 ETH는 1,000$를 넘어섰고, XRP의 창립자는 8번째 부자가 될 것이라는 뉴스가 나오고 있습니다. 피터 티엘은 BTC에 대해 낙관론을 피기도 했네요. 이런 뉴스들에 있는 메시지를 겉으로 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단순 호재 찾기는 누구라도 할 수 있어요.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속에 있습니다. 현대 신용경제, 금융경제의 본질과 버블의 본질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뉴스 속에 숨어있는 진짜 메시지를 찾고, 그 흐름에 잘 올라타는 것이 이미 터질듯한 버블과, 어쩌면 맞이할 지도 모르는 포스트 버블 시대를 살아갈 우리가 해야 할 알짜 지혜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시기를 사는 우리 모두에게, 그 발걸음 한 걸음 한 걸음마다 필요한 때를 위한 작은 행운이 함께 하시길 기도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