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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정보

걷는 모습에서 치매가 보인다루이체 치매 환자 60% 판별 가능

국에 사는 70세의 노인 존 팅클러(John Tinkler)는 수년 전부터 이상한 증상에 시달렸다. 쉽게 지쳤으며 균형감각을 자주 상실해서 발을 헛디뎌 넘어지기 일쑤였다.

자녀를 4명 낳고 2명의 손자를 둔 할아버지인 팅클러는 이외에도 관절통, 근육경련 등을 겪으면서 안락의자에 파묻히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다.

그의 부인인 물리치료사 제니는 뉴캐슬 대학(Newcastle University)의 연구프로젝트에 남편을 참여시킬 것인지 요청을 받고는 지체없이 승낙했다. 어떤 종류의 질병인지 확인하면 대처하거나 치료하는데 매우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팅클러는 3년 전 치매의 한 종류인 루이체(Lewy body) 치매 진단을 받았다.

뉴캐슬 대학 연구원들은 이색적인 진단법을 사용했다. 연구원들은 아무 이상 없는 노인 29명, 알츠하이머 환자 36명, 그리고 45명의 루이체 치매환자 등 110명의 보행자를 모집했다.

치매 환자를 그린 그림. ⓒWikipedia

연구 참가자들은 수천 개의 센서가 들어 있는 깔판이 설치된 산책로를 따라 이동했다. 이 깔판은 보행자들이 정상 속도로 걸을 때 발걸음을 포착해서, 보행자의 걷는 패턴을 보여주었다.

루이체 치매 환자 자주 넘어져 

그런데 루이체 치매 환자들의 걸음걸이는 매우 특이했다. 한 발짝을 옮길 때 걸리는 시간을 자주 바꾸고, 걸음 보폭을 쉽게 바꾸는 특징을 보여줬다. 이에 비해서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걸음걸이 패턴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루이체 치매에 걸리면 걸음걸이는 더 불규칙하기 때문에 더 자주 넘어지는 것과 관련이 있다. 루이체 치매 환자의 걸음걸이는 더 비대칭적이어서 좌우 발걸음이 서로 다르게 보인다.

뉴캐슬 대학 연구팀은 걸음걸이를 보고 치매를 식별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걸을 때 보폭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한 발걸음을 디딜 때 들어가는 시간의 비대칭성을 분석하면 치매 중 어떤 종류의 치매인지를 60%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치매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알츠하이머이며, 뇌에 루이체가 쌓여 두뇌활동을 방해하는 루이체 치매는 종종 알츠하이머로 오인되기도 한다.

영국 알츠하이머협회에서 발생하는 ‘알츠하이머 & 치매’ (Alzheimer’s & Dementia) 저널에 발표된 이번 연구는 루이체 치매를 앓고 있는 사람들의 독특한 걸음걸이를 분석해서, 새로운 치매 진단법을 발견했다.

이것은 걸음걸이가 질병의 여러 가지 하위 유형에 대한 바이오마커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첫 번째 연구이다. 의사들로서는 걸음걸이를 보고 환자에 대한 치료 계획을 개선할 수 있다.

뉴캐슬 대학 의학부의 리오나 맥아들(Ríona McArdle) 박사는 “사람의 걸음걸이는 치매와 같이 뇌의 문제로 나타나는 신체의 변화를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걸음걸이로 진단하는 법 나올 듯

누군가가 어떤 종류의 치매를 앓고 있는지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치매의 종류에 따라 원인이 다르므로, 환자들이 가능한 한 빨리 가장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맥아들 박사는 “이번 연구는 걷기가 치매를 진단하는 도구상자에 추가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서 매우 흥미진진하다.”고 말했다. 알츠하이머와 루이체 치매에 대한 현재의 진단법은 다양한 증상을 파악한 다음 필요하면 뇌 스캔을 통해 이루어진다.

제임스 피켓 알츠하이머 협회 연구팀장은 “이번 연구를 통해 우리가 걷는 방식이 알츠하이머병과 루이체 치매를 구별하는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일상생활 중 몸에 소형 센서가 달린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해서 치매 발병 여부를 찾는 모니터링 장치 개발에 이용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